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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맘, 대디 후기

 

 

종합후기 웨스트,노스밴쿠버 일년 살이를 마치며 전해드리는 워킹맘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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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GE (14.♡.103.77)
댓글 0건 조회 4,431회 작성일 23-11-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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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말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작년 12월 사상 초유의 눈폭탄을 뚫고 밴쿠버에 도착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일년 살이가 어느새 한달여 남은 시점에서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드릴까 생각해봤습니다. 생활에 관련된 꿀팁은 다른 분들이 많이 써주신거 같고, 저는 사실 살림이며 여행이며 별로 신경 안쓰고 살았던지라 꿀팁 드릴 것도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단기 조기유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사적일수도 있으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많은 워킹맘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짧은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면 아이가 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매우 적은 편이였습니다. 아이는 주로 도우미이모님과 친정부모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저에게, 캐나다에서 아이와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년은 매우 소중한 기회이자 도전이었죠... (살림 잼병이라 청소 빨래 요리가 제일 무서웠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ㅠㅠ)



남편과 저는 사실 기러기 생활에 회의적인 편이었지만 기회가 기회인 만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네, 맞벌이 부부였던 저희는 남편이 한국에 남아서 계속 돈을 열심히 벌어야 캐나다에서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지 않기 위해 최우선순위를 정해 열심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영어! 영유도, 영어학원도 한번도 보내지 않고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아이의 영어 수준을 일년 동안 최대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외에 다른 우선순위는 없었네요 ㅎㅎ 영어를 성장시키면서 최대한 캐나다 현지 문화를 느껴보는 게 좋겠다, 정도의 생각은 있었지만 그 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습니다. 




영어, 그놈의 영어를 위한 여정



(최대한 한국어 사용 줄이기) 



1. 학교 선정 



처음에 초등학교를 정할때, 저는 IGE의 도움을 받아 여러 학교를 비교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골랐던 학교들은 전부 인터내셔널 학생 비율이 가장 적은 학교들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지만, 사실 이번 일 년간은 아이의 반에 한국학생이 없기를 희망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가 초반 적응이 어려울 거라는 걱정이 아주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ㅠ 그러나 혹시라도 한국어가 사용 가능한 환경이 되어 영어 수업 환경에 조금 편안하게, 그러나 조금 느리게 적응하게 된다면.. 적응하자마자 한국에 돌아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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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전에 눈사람 만들기가 가능했던 그 시절



그래서 기왕 아이가 맨땅에 헤딩하는거, 거하게 헤딩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등교를 했는데 정말 아이 반에는 한국 친구가 없었습니다. 1월 학기가 지나고 9월 학기까지 두 반을 거치게 되었지만 두 번 모두 반에는 한국 친구가 없었네요. 



당연히 초반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이니 돌이켜보며 그땐 그랬구나 허허 하지만 그 당시엔 내가 애 데리고 와서 고생시키는구나 하고 혼자 속상해하는 일이 참 많았네요. 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해냈고 지금은 친구 무리를 끌고 다니며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나다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한국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지만요 ;;;




2. 한국어 컨텐츠 완전 차단, 영어 컨텐츠만 보여주기



초반 반발이 엄청났던 한국어 컨텐츠 차단입니다 ㅎㅎ 아이가 좋아하던 각종 한국어 유튜브 채널을 모두 못보게 하고 대신 영어 컨텐츠를 볼 경우 티비 시청 시간을 15분 연장해주겠다는 협상안으로 아이의 영어 컨텐츠 시청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적응이 빨라서 이주일정도 한국어 컨텐츠 보고싶다고 하더니 금새 잊어버리더라구요. 영어 컨텐츠 재미난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학교에서 친구들이 보는 거 따라서 보고 그러니 금새 영어 컨텐츠에 빠졌습니다. 


영어로 유튜브를 보면 신기하게 거기서도 배우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저는 봐도 귀에 안 들어오던데... 역시 어린 뇌가 최고인것 같습니다 ㅠ



아, 게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빛의 속도로 영어를 잊을 것이 분명하기에 (원래 다니던 집 앞 국공립 초등학교에 돌아갈 예정이니까요) 그 잊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자...한국에서도 영어 컨텐츠를 즐기며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도 있었구요. 




(최대한 많이 어울릴 기회 만들기)



1. 플레이데이트....(저에게는 너무 힘든)



초반 어리버리한 시기가 어느정도 지나고 나자 아이는 하교길에 몇몇 친구들이 끼리끼리 모여 어딘가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바로 플레이데이트! 아이는 그게 너무 해보고 싶었는지 저에게 다른 아이들과 플레이데이트를 잡아달라고 합니다...올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제 떠듬거리는 영어로 저기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한테 가서 안녕하십니까 내 아이가 당신의 아이와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능할까요? 라고 물어봐야 하는 시기가 온거죠.... ㅠㅠ



그리고 플레이데이트는 보통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데리고 가는 형식인데, 제가 사는 집은 학교와 너무 멀고 그리고 너무 작았습니다. 어떻게든 지출을 줄여보고자 원베드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흑....  도저히 친구들을 초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트램플린 파크 같은 곳까지 나가서 플레이데이트를 했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인지 그런 곳에서 플레이데이트를 하면 부모가 따라가게 되는데, 그러면 저는 강제로 두시간동안 영어 듣기평가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니, 듣기평가 + 스피킹테스트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번 하다 보니 너무 지쳐서 플레이데이트를 회피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는 본인이 직접 플레이데이트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교길에 친구를 데리러 온 친구 엄마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죠. 오늘 당신의 집에 놀러가도 될까요? 이렇게요... 세번 정도는 아이가 직접 플데를 잡고는 저한테 통보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저 친구네 집에서 잠깐 놀다 올께. 허락도 받았어. (아니 내 허락은 안받고??) 문제는 그렇게 한번 가면 그 다음엔 제가 초대하는 식으로 플데가 이어지는 건데 저는 집 초대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리하여...또 일년 밖에 안 있는데 이대로는 안된다! 라는 마음이 또 발동하였습니다. 저는 급하게 다른 집을 알아봅니다. Craiglists, Pedmapper 두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길 며칠... 놀랍게도 아이 학교앞 하우스를 단기렌트한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학교앞! 하우스! 단기렌트! 삼박자가 모두 저를 위한 것처럼 보여서 그 다음날 바로 달려가서 (안되는 영어로) 제가 아주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을 매우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7월…저는 학교 앞 하우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돈을 아껴보려고 선택했던 원베드 콘도는 바로 다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서 두달간 하우스 렌트비+콘도 렌트비 이중으로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들었지만 ㅠ 그래도 학교 앞 하우스로 이사를 한 것은 지금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플데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주 1~2회는 학교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모입니다. 야드에서 트램플린을 타고, 물총놀이를 하고,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먹으며 얼마나 신나하는지... 큰맘먹고 할로윈 파티도 열었는데 아이들이 이때 신나서 트램플린을 부숴놓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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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열었던 할로윈 파티입니다. 차린것 참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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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효자 트램플린…이게 있어서 아이들이 행복했습니다



어쨌든 플데를 하면 당연히 영어가 늡니다. 플데 덕분에 아이의 스피킹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노니 친구들 부모님들이 오질 않아서 제 마음도 편안하구요. 그리고 플데 잡는 것도 초반이 어렵지 엄마들이랑 안면을 좀 트고 나면 그 다음엔 연락하기도 쉽습니다. Gr 4 학년 넘어가면 또 플데 많이 안한다고 하니 저학년 아이들 스피킹 실력 올릴 겸 아이 친구 관계도 공고히 해줄 겸 용기내서 플데 잡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로 하우스에서 살아보는 것도 저는 추천입니다. 벌레 있고 야드 관리도 해야하고 쓰레기 처리도 번거로운거 사실이지만 북미지역에서 하우스의 매력이라는게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특히 아이가 한참 뛰어놀 나이라면 하우스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놀이가 달라지네요. )





2. 운동 클럽 참여/방학  캠프



아이는 운동을 좋아해서 야구와 축구 클럽에 참여했습니다. 야구는 특히 진심으로 했었는데 봄부터 여름까지 아이와 저에게 아주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여기 운동클럽 코치님들은 어찌나 다들 다정하신지, 제가 다른 일 때문에 일정이 안나오면 코치님들이 아이만 데리고 원정 경기도 다녀와주시고 그랬습니다. 날씨 좋은 주말에 하루 종일 밖에서 야구하고 점심먹고 또 야구하고 그러면서 아이들끼리는 돈독해지고 영어도 많이 쓰게 되고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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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유학 온줄 알았던 올 여름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학부모들끼리 모여서 음악 틀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데... 정말 이놈의 영어.... 저는 거기서 유일한 동양인 엄마이자 말한마디 안하는 유일한 엄마였답니다...끼어 들수가 없었거든요 ㅎㅎ자식이 뭐라고 그 가시방석을 꿋꿋히 계속 견딘 제 자신이 대견합니다...)



그리고 여름방학... 엄청 길었습니다. 저는 방학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를 캠프에 보냈습니다. 사실 아이와 여행을 다니고 싶었던 마음도 컸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자꾸 집에 가서 트램플린 타는게 제일 재미있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나름 남편도 없이 애들 데리고 이것저것 준비해서 힘들게 간 여행인데 말이죠;;;  게다가 둘이서 한국어를 하다보니 몇 달간 늘던 영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조바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여름방학 여행은 남편이 오는 이주간만 하는 것으로 하고, 그 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캠프로 채웠습니다. 저는 주로 한군데 정해서 몇주 연속 보내는 식으로 했는데, 거기서 친구들 만나고 하루종일 영어로 놀다오면서 다행히 학기중에 익히던 감을 잊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캐나다까지 와서 그 좋은 여름방학시절을 캠프만 하면서 보낸게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멋진 광경을 보는 여행은 나중에 남편과 둘이 오붓이 다시 하자 하면서 정신승리했답니다 ㅜ 




(그래서 아이 영어가 많이 늘었는지요?)



네, 제 기준 많이 늘었습니다. 베이스가 없던 아이라서 기대치를 크게 높게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일년간 아이의 영어 수준 향상 정도에 만족합니다 (물론 정신승리일 가능성 있습니다....내가 이정도 했으니 너는 많이 늘었어야만 해 이런 거요). 



그래도 이제 영어로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한국에선 꿈도 못꾸던 원서를 재미있게 읽고, 어느정도 자기 생각을 영어로 쓸 줄 알게 된것. 무엇보다 캐나다에 언제 다시 와도 자기는 잘 해낼수 있다는 글로벌(?)한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된 것. 실제로 캐나다나 미국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꿈까지 꾸게 되었으니, 그게 실제로 이루어지든 아니든 활동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 생각할수 있는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거면 됐지요. 일년 살이는 이정도면 목표 달성 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저처럼 일년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상황에 맞는 목표를 분명히 하시고 오시면 어떨까 합니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년이 지났을때, 정말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 도록 다들 꽉차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너무 사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아이가 객관적으로 영어를 잘하는건 아닙니다. 초반에 비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니 잘난체라고 받아들이지 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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